06. 하노이-6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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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하나 빼먹은 게 있는데 저녁에 마사지도 받으러 갔다. 나는 동남아 여행을 오면 마사지받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이런 수준의 마사지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여행을 오면 되도록이면 마사지를 꼭 챙겨 받으려는 편이다. 오늘도 역시나 마사지는 빠트리지 않았다. 이번 여행 전 하노이에서 괜찮다고 하는 마사지샵을 몇 개 추천받아 왔는데 그중 "Spas hanoi"라는 곳으로 결정을 했다. 내가 산 유심카드는 통화는 불가능한 카드였기 때문에 직접 가서 예약을 하기로 했다. 이때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한국인들에게 좀 유명한 마사지샵들은 가서 바로 받을 수는 없고 예약을 해야 했다. 이미 하루의 마무리인 저녁~밤 시간에는 사람들이 예약을 다 해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바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가게를 찾아갔다. 위치는 올드타운이었고 골목 어딘가에 있었는데 찾기 어렵지는 않았다. 깔끔한 가게로 들어가니 직원이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마사지 서비스 메뉴판을 살펴보니 종류도 꽤 다양했다. 이제 내일부터 새로운 나라에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해야 하니 피로를 풀 수 있도록 좀 긴 시간의 전신 마사지를 받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 날은 마지막 타임에 발 마사지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60분짜리였나 30분짜리였나 기억은 잘 안 난다. 여기에서 안 받으면 또 다른 가게를 찾아야 하고 나는 그런 게 귀찮은 사람이기에 그냥 그렇게 하겠다고 예약을 하고 나왔다.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그때 뭘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카페에 갔나? 그냥 돌아다녔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괜찮으면 내일 공항 가기 전에 시간 여유가 있으니 오전에 전신 마사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긴 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바지만 반바지로 갈아입고 마사지 룸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앉아 발 마사지를 받기 시작했다. 오늘 나를 담당한 마사지사와 짧은 인사를 나누고 몸의 긴장을 풀었다. 일단 따뜻한 물로 발을 씻은 후 본격적인 마사지를 해주었다. 아-. 나른해지는 이 느낌. 이 마사지사는 정말 솜씨가 좋았다. 사실 난 무딘 편이라 음식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서도 어느 정도의 기준만 넘으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좋다와 완전 좋다의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해야 하나? 그런데 이 분은 '완전 좋다.'였다. 마사지해주시는 손길이 야무지고 압이 좋으셔서 마사지 자극이 잘 왔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 발이 피곤했는데 아프고 딱딱한 부분을 살살 잘 풀어주셨다.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어두운 방 안에서 편안하게 마사지를 받고 있자니 참 이런 게 행복 인가 싶었다. 하루의 마무리를 이렇게 기분 좋게 하다니, 역시(콩깍지) 내가 사랑하는 도시 하노이다. 내가 여태까지 받았던 마사지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와우!

마사지를 받고 나와 로비에서 내일 마사지를 바로 예약했다. 90분짜리 스톤 마사지였던 것 같다. 나는 환전한 베트남 동을 남겨둘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내일 마사지 비싼 걸로 다 쓰자! 하고 생각했고 60분짜리로 하면 환전한 돈이 어중간하게 남아서 그냥 90분짜리를 예약했다. 남은 베트남 동을 다 쓰고 모자란 건 카드로 결제를 해도 된다고 했다. 스톤 마사지라. 말만 들어도 뭔가 몸이 시원~할 것 같은 느낌이다. 뜨끈한 돌을 몸에 올리면 노곤하게 전신 피로가 풀릴 것 같은 느낌? 다행히 다음날 오전은 예약이 많이 없어서 원하는 시간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마사지를 잘 받고 나오니 10시쯤 되었던 것 같다. 다음날을 생각하면 일찍 들어가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왠지 그러기엔 아쉬웠다. 거의 1년 만에 온 하노이 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이 도시를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서야 따히엔 맥주 거리로 간 것 같다. 몸도 나른해졌겠다, 긴장을 풀고 동네 마실 나가듯 거리를 걸었다. 일요일 밤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술집이나 식당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하고 있었다. 이곳저곳 구경을 하고 다니다가 한 공연 앞에 멈춰 섰다. 공연팀 주위로 사람들이 둥글게 둘러서서 구경을 하고 있길래 나도 무슨 공연인지 궁금해서 사람들 사이에 서서 구경을 했다. 기타, 드럼, 건반 등으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공연이었는데 신나는 노래를 연주해 시끌벅적한 주말 밤과 참 잘 어울렸다.

모두가 신났던 춤 공연! 여자는 무대를 하시는 분 같았고 남자는 신이 나서 함께 춤을 추러 나온 사람이었다. 이때 사람들의 호응이 진짜 장난 아니었는데.

그러다가 정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바로 입으로 비트박스 소리를 내는 사람이었는데, 비트박스가 평범한 비트박스가 아니었다. 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게 진짜 입으로 내는 소리라고?라는 의문이 들며 믿기지가 않았다. 비트박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북치기 박치기의 수준이 아니었다.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듯한 공연에 사람들은 더욱 열광했고 별다른 노래나 연주 없이 입으로 소리 내기만 10분을 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나중에 등장하는 불의의 사고로 그때 찍은 동영상과 사진이 지금은 사진 몇 장 빼고는 남아있지 않다는 게 너무 아쉽다. 그 사람의 무대가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는지 최고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모든 공연이 끝이 났다. 사람들이 다가가 "헤이 브로~"라며 잘 봤다고 그 사람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때 나는 낮에 얻은 교훈을 떠올렸다. 아까 낮에 프랑스 문화 축제에서 춤을 추러 나가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기에 나중에 또 이런 기회에 있으면 용기를 내자,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저 사람에게 뭔가 한 마디 하고 사진도 찍고 싶었다. 용기를 내자!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진짜 대박. 대박! 대박!!!!! 함께 찍은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진짜 이 공연은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대박이었다!

"공연 정말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혹시,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나한테 그건 꽤나 긴장되는 일이었지만 그 사람은 이 정도야 익숙한 일이니 흔쾌히 그러자며 브이를 그려주었다. 아싸, 성공! 봐봐, 용기를 내길 잘했다.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겼다. 나는 고맙다고 말을 하고 기분 좋게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구경을 좀 하다가 뭐 할 것도 없고 숙소에 가서 이제 짐을 싸고 좀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하루 종일 걸었다. 휴대폰의 걸음수를 확인해보니 20km를 넘게 걸었다. 대박. 이렇게 걸어본 건 처음이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감자칩을 샀다.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어젯밤도 그냥 보냈으니 오늘은 맥주를 한 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뭔가 맥주 한 캔을 하고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숙소에 들어가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좀 보다가 잠에 들었다. 길었던 오늘 하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