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씽이라는 책을 읽고있다. 보경이가 추천해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사실 추천받은 건 작년 겨울이었다. 그걸 이제야 읽는 이유는.. 한때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다가 어느순간 질려버렸기 때문이었다.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생각보다 큰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소설(특히나 장편소설), 나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줄 수 있는 사회과학, 경제 서적과는 달리 자기계발 서적은 읽는 게 참 편했다. 읽는 그 행위만으로도 내가 뭔가 그럴듯한 걸 성취할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올랐고, 나의 성공이 아닌 저자의 성공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가 그 모든 것을 이루어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책을 덮고나면 의지력이 솟아나 ‘아, 이제 진짜 갓생 살아야지. 나 열심히 산다. 나 다 해낸다.’ 라는 마음을 불태웠다. 하지만, 자극이 계속되면 무뎌진다고. 어느순간부터 나는 그냥 그 모든 것들이 피곤하고 허상같이 느껴졌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당연하다. 달라진건 내 생각? 아니, 생각도 달라지지 않았겠지. 그냥 그 당시의 생각만 조금 영향을 받았을 뿐이다. 책을 덮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원래의 나로 돌아왔고, 더이상 자기계발서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탓을 나에게로 돌리기가 싫었기 때문에 그 불편한 마음을 피하기 위해 ‘아, 자기 계발서는 원래 다 비슷하고 똑같은 말만 해. 에이. 의미없어’라며 자기 계발서를 탓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당연히 성공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니, 성공의 방법과 성공의 기준. 그 모습은 다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꾸준함과, 성실함.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한 실천과 집중.
원씽을 읽으며 단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갓생‘이라고 말하며 너무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싶어했다. 많은 것을 해내는 것. 어떻게 보면 그 무엇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는 말과 같다. 나는 이것저것 다재다능하게 척척 해내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씽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맞다. 많은 것을 두루두루 해내는 것(그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므로)은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올바른 하나를 선택하고 그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에겐.
그렇다면 나의 그 원씽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나의 단 하나의 원씽이 무엇일지 계속 생각해보았다. 나는 내 목표가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정말 부자가 되고 싶은가? (물론 되고는 싶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정말 궁극적인 ’원씽‘일까? 그렇게 물으면 내 답은 ’글쎄‘이다. 부자가 되면 좋지만, 그것이 나의 행복은 아니다. 그럼 난 무엇으로 행복을 느끼나? 무엇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
갑자기 잘 쌓아오던 나의 세상에 혼란이 온 것 같다. 나의 목적은 무엇일까?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를 잘 살아내게 하는 나의 그 원씽,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목적의식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났다. 목적의식이 없다니.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야할지를 모른다니. 나는 내가 잘 살고 있다고 느꼈는데, 그거 하나조차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나의 원씽은 무엇일까?
내가 인생에서 놓고싶지 않은 3가지는 운동, 외국어, 독서다.
그러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지금까지 알아낸 나의 모습들은..
1.나는 타인의 발전을 돕는 일도 물론 좋고 보람을 느끼지만, 나의 능력을 계발하여 발전시키고 싶다.
2.나를 가슴뛰게 하는 일 : 영상 만들기, 새로운 사람 만나기(모르는 타인 만나기), 공부하기(지적 계발), 글로 쓰기?
3.흥미있는 분야 : 세계사(특히나 유럽의 역사), 외국어, 과학?(이건 좀 더 탐색할 필요가 있다.), 종교 일반
4.쉴 때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일 : 수많은 이방인 속에 혼자 있는 것(주말에 카페에 혼자 가는 것과 같은), 산책하기
5.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일 : 베트남에서 혼자 돌아다녔던 일, 혼자 여행하기,
6.롤모델, 벤치마킹할 수 있는 대상, 이상향 : 조승연(박학다식함. 그러한 지적 능력을 갖추고 싶다.), 신녀성(삶을 대하는 태도)
?뭐지 나는 깊이있는 관계를 싫어하나? 그건 아닌데, 얕고 넓게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게 좋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 하는 일만 하고,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건 단조롭다. 나는 생경함을 사랑하고, 그 생경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아, 맞다. 나는 생경함을 좋아한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살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이 넘어져보기로 했지. 그걸 잊지 말자. 넘어져보자. 내 세상을 더 넓게, 재밌게 넓혀가기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생경한 나의 세계를 위해서.
이렇게 적으며 조금은 생각이 명확해졌다. 맞다, 나는 지금 돈을 벌고는 싶지만, 그것이 나의 원씽은 아니다. 명백하다. 나의 원씽이 뭔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다. 인생의 원씽은 당연히 모른다. 단기적인 원씽을 설정해서 그것을 여러번 이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해야 하는 것을 하고싶으면 좋겠지만, 지금 나는 .. 사실 그렇진 않다.ㅋㅋㅋㅋ(돈 공부 해야하는데 돈 공부하기 싫거든..) 조금만 외면해보겠다. 만나이로 따져서 한 살 젊어졌으니, 한 살동안은 조금 넘어지며 가도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이 길이 넘어지지 않는 길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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