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리뷰/독서

다정한 유전 _ 강화길

728x90
반응형

 

 

 

다정한 유전 _ 강화길

2021.1.30.



*

진영이 모두와 잘 지내고 호감을 사는 사람이라면, 민영은 반대의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의 균형이다. 대신 민영에게는 꿈이 있었다. 이 마을을 떠나, 자신이 선택한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어느 순간 쩍 하고 벌어진 엄마와 나의 관계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직접 물어보면 좋았을 것이다. 엄마에게…….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잘 모르겠다. 엄마에게 그런 걸 물어본다는 게 가능하긴 할까. 그런 걸, 물어볼 수 있는 딸이 있기는 할까. 다 핑계라는 걸 안다. 그냥 나는 엄마를 먼저 이해하는 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영민한 딸 말이다. 사실은 그저 불편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만.

순진하게도, 사귀는 사이라면 상대를 해하거나 상처주는 말은 결코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의 칭찬을 들을 때마다 옹주는 오래전 어머니가 차갑게 말하던 순간을 자주 떠올렸다. “겨우 그 정도로는 소용없다.”

“겨우 그 정도로는 소용없다.” 왜였을까. 그날 그 순간, 그녀가 떠올린 건 그때 자신을 바라보던 소녀의 표정이었다. 왜였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언제나 싸웠고, 마음에 맺혀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 끄집어내 서로에게 쏟아냈는데, 끝까지 진심을 몰랐다.

이선아는 친구들을 있는 그대로 대하기보다는, 그러니까 상대의 개성을 인정하고 그 사람의 모습에 익숙해지며 가까워지기보다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어떤 상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마치…… 평생의 소울메이트를 찾아내겠다는 듯한. 그런 간절함이 보였다.

억울하고 분할 때마다 나는 글을 썼다. 내가 작가여서가 아니다. 내 친구에게 배운 방법이다. 친구는 괴로울 때마다 마음을 기록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자신만의 마음을 간직했다는 생각 덕분에 견딜 만해진다고 했다. 누구에게 맡겨놓은 마음이 아니니까.


**

책은 그리 두껍지 않았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계속 멈추게 되었다. 글의 흐름을 잘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느슨한 연결’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느슨한 연결의 흐름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다시 읽어보면 그 가닥이 조금 잡힐까? 작품을 읽기는 했지만 온전히 소화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럼에도 몇 개의 문장들이 나에게 와닿았는데 특히 마지막에 적은 저 문장에 참 공감되었다. 나는 작년에 도서관에서 진행한 글쓰기 모임에 참여를 했었는데 그 당시에 나의 마음을 담은 글을 썼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 한 생각들을 글로 풀어낸다는 것은 참 유의미한 경험이었다. 머릿속에 이리저리 퍼져있는 생각들을 잡아 글로 쓰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동시에 글을 쓴다는 건 치유가 되기도 했다. 그 모임에서는 글을 쓰고 그 글을 나누었다. 그 모임 말고는 아무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오히려 속마음을 내비치는 것이 쉬웠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자체로도 좋았지만 서로에게 보내주는 따뜻한 공감 덕에 참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그리고 나는 평소에도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다이어리에 그 마음을 적는다. 그래서 내 다이어리를 보면 사실 기분 좋았던 일은 잘 없고 속상하고 힘든 일이 많이 적혀있다. 글로 적고 나면 그 기분 나쁜 끈적한 감정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 글은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도 아니고, 미래의 나 조차도 다시 읽어볼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독자가 없기에 더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낼 수 있다. 기쁜 일도 기록하면 좋으련만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글쎄, 웬만큼 기쁜 일이 아니고서야 별로 기록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 순간의 기쁨을 만끽하느라 그런가.
아무튼 다정한 유전이라는 이 책의 의미를 나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그냥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읽어 내려가기엔 좋았다.


728x90
반응형